블라인드 글 펌입니다.
앞서 저수가에 대해 살펴보면서
바이탈과 수가 올리라 했더니 하지정맥 수술 같은 개업의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수가를 올렸다 했는데
그에 대한 좀 더 자세한 글이네요
의사 집단이 필수의료 붕괴에 대해 내놓는 대책으로 의료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현재의 의료수가는 원가 보전조차 안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의대증원이나 필수의료패키지 같은 것을 전부 때려치우고 오로지 수가 인상만이 해답이다 라는 주장을 매번 반복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 국민들은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실과 크게 모순이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의사 집단의 말대로 의료수가가 정말 원가 보전이 안된다면 보험 진료는 할 때마다 손해이고 따라서 전국에 보험 진료를 하는 민간 의료기관은 단 한 곳도 없어야 한다. 어떤 바보가 팔 때마다 손해보는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겠는가? 하지만 현실은 우리 주변에 보험 진료를 하는 동네 의원들이 꽤나 많고 그들의 평균 소득은 OECD 1위를 찍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 말도 안되는 현실과의 괴리는 국민들이 의사 집단의 주장에 계속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 괴리가 어디서 오는지 정확하게 파해쳐 보려면 우선 의료수가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행위 별 의료수가는 “상대가치점수*환산지수*종별가산율” 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매년 의료계와 정부(복지부,건정심)에서 협상하여 정하는 것이 환산지수와 종별가산율이고 의료계 내부적으로 각 의료행위 끼리의 상대가치를 평가하여 점수화 한 것이 “상대가치점수”이다.
상대가치점수는 다시 진료비용, 의사 업무량, 위험도 세 가지 요소로 나뉘는데 이 중 "의사 업무량" 분야는 보건행정 전문인 복지부에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학 전문가인 의사 집단에 위임해 연구결과를 받아 정해지는 것이 절대적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의사 집단의 대국민 사기극이 시작된다.
의사 집단은 이 의사 업무량을 산정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산하 상대가치연구단을 창설하고 여기서 독자적인 연구를 통해 모든 보험 의료 행위의 상대적인 가치를 매기고 있다.
<<문제는 이 의협이 모든 의사 집단을 공정히 대변하는 것이 아닌 수도권의 개원의 위주의 이익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개원가에서 박리다매를 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높은 상대가치점수를 부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학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고난도 수술의 업무량을 저평가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필수의료의 대명사이자 전체 의료 행위 수의 14.6%를 차지하는 외과의 업무량 총점이 전체 의사 업무량의 2%도 되지 않게 배정됐다.
이게 말이 되는가?
업무강도와 침습도를 고려할 때 외과는 행위 당 업무량에서 오히려 다른 과보다 더 많은 가산을 받아야 마땅할텐데 그저 개원가에서 행하기 힘들다는 이유 만으로 그 가치를 1/7 토막 내버린 것이다. 이 상대가치점수의 어처구니 없는 배분이 계속 이어져온 결과 의료기관은 저빈도 고난이도 수술보다 다빈도 저난이도 의료 행위를 많이 하는 것이 유리해지는 시스템이 구축됐고, 이는 고난이도 외과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대학병원/종합병원의 고질적인 외과 적자 현상을 불러왔다.
결국 의사 집단의 전략은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하는 고난이도 의료 행위에 초저수가를 유도함으로서 실제로 원가보전이 안되게 만들고 나머지 상대가치점수를 개원가 박리다매 행위에 몰아줌으로서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병상 규모가 작은 개원가 의원들은 의료원가의 대부분을 의사 인건비가 차지한다는 점을 이용, 의사 본인들의 페이를 막대하게 책정하여 의원 급에서도 원가 보전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외부에서 보기에는 전체 의료수가가 원가를 전혀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이를 이용해 의료수가를 올려달라고 주장, 성공했을 시 인상분을 분배할 때 대학병원 고난이도 수술 대신 개원가의 간단한 수술의 상대가치점수를 수 배씩 더 올리는 로직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상대가치점수를 말도 안되게 후려쳐 놓았으니 어지간한 환산지수 인상으론 병원급 의료기관의 고질적인 저수가가 해결이 될 일이 만무하고 그 과정에서 대학병원 봉직의와 개원가의 소득 차이만 더욱 벌어져서 수가를 인상할수록 오히려 대학병원 교수들이 개원가로 유출, 필수의료 붕괴를 더 촉진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나는 이 구조를 처음 고안하고 세팅한 의사 집단의 브레인에게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글을 쓰며 다시 봐도 공중제비 돌며 박수칠 정도로 정교하고 교묘한 시스템이다. 사기도 이 정도면 art의 경지가 아닐까 싶은데 나는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대학병원 의사들도 이 구조를 사실 잘 모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충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제도가 원가 보장이 안된다는 말만 선배들에게 줄창 들었지 이런 비하인드가 있었을지는 사실 알빠노 였을테니까.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가장 먼저 <<의협에게서 상대가치점수를 평가할 권한을 완전히 박탈해야 한다>> 그리고 이 <<상대가치점수 평가 권한을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전면 위임>> 해야한다. 특히, 전공의 충원률이 낮은 과일수록 더욱 강한 의사결정권을 줘야 지금과 같은 모럴헤저드가 일어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비 지출이 절대적으로 적은가? 사실 그렇지 않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은 약 9.7%로 OECD 평균인 9.5%를 넘어설 것으로 잠정 추계된다. 그 증가율 또한 10년 평균 약 8%로 OECD의 2배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필수의료 저수가 문제는 그 절대적인 양이 적다기 보다 분배의 문제에 가깝다는 뜻이고 그 분배를 왜곡되게 만들고 있는 주범이 바로 의사 집단 자기 자신들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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